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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복막염 치료

랙돌 고양이 폴이 복막염 발생(고양이 복막염 FIP)

by 쿤집사 2023. 5. 2.

만 2세가 갓 지난 폴이에게 FIP 복막염이 찾아왔네요. 그렇지만 심각한 상황까지 발생하진 않았고 다른 복막염 환묘들에 비해 조기발견된 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2023년 5월 1일 복막염진단과 동시에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5월 1일부터 총 12주간의 약물치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2시간 내에 주사약은 12주 치를 한 번에 구할 수 있었고, 발견 당일부터 즉시 주사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폴이-처음-온-날
폴이 처음 온 날

폴리의 상태 또한 검사수치와, 초음파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잘 먹고, 잘 놀고 활동성, 식욕 모두 충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매우 이른 시기에 조기 발견을 했다고 볼 수 있고, 육안으로는 배가 부풀었다거나 하는 증상을 전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복막염으로 인한 여러 증상이 발현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 막상 발생하자 그냥 멍해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고 큰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아픈 아이가 있다는 것, 특히 복막염을 앓는 고양이를 돌본다는 것은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보호자에게도 환묘 아이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폴리의 복막염 치료가 모두 끝나고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치료 경과와 함께, 많은 보호자와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고양이 복막염, FIP 복막염에 대해 동시에 포스팅을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1. 다른 고양이들과의 관계에서의 성격

  • 한 단어로 표현하면 '신사'
  • 모든 면에서 가장 균형이 잡혀있고 완벽한 성격
  • 다른 고양이들과의 관계 매우 좋음
  • 참을성, 양보
  • 매우 어른스러운 성격
  • 무섭지 않고 자상한 우리 집 서열 1위

폴리의 성격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신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 6마리 아이들 중 모든 면에서 가장 균형 잡혀있고 단점을 찾을 수 없는 게 단점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적인 측면에서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아이입니다.

 

저희 집에서 비공식 서열 1위의 폴이지만, 다른 아이들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폴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폴리는 격하게 장난을 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격한 장난을 칠 때에는 각자 자기와 장난 타입이 맞는 짝꿍과 장난을 치지만,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거나, 그루밍을 서로 해주거나 할 때에는 폴리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때가 많습니다.

폴이와-미르
폴이와 미르

폴리의 등에 기대서 잠을 자고, 폴리에게 그루밍을 받으며 골골송을 부르거나 잠을 자고, 보호자가 아닌 폴리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녀석이 폴이입니다.

 

생식이나 간식을 먹을 때에도 다른 녀석들 몫을 빼앗아 먹지 않습니다. 자기 그릇에 담겨있는 만큼의 생식이 본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딱 자기 그릇에 담겨있는 만큼만 먹습니다. 다른 녀석들이 빼앗아 먹으러 오면 대게는 슬그머니 비켜주고 생식은 양보하고 가서 사료를 조금 더 먹습니다.

 

간식을 꺼내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우르르 달려오긴 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서로 먼저 먹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폴리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의 경우에는 먼저 먹으려고 할 때도 있지만 대게는 제가 자기 몫을 떼어서 줄 때까지 팔이 닿는 거리 내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의 경우엔 폴리의 너무 어른스러운 성격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 경우라고 보입니다. 느긋하고, 참을성이 많은 성격이 건강에 이상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쉽게 캐치하지 못하도록 하는데에 일조했다고 봅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보호자가 더 세심히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고양이는 아픈 티를 내지 않는 습성이 있고, 참을성이 많고 어른스러운 아이일수록 더욱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는 말은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어른스러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세심히 살펴보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제 경우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른스러우니까, 참을성이 많고, 성격이 온순하니까 폴리는 스트레스 같은 건 별로 받지 않을 거라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성격

  • 매우 큰 애정과 애교
  • 배려, 참을성
  • 적당한 의사표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폴이는 성격적으로는 정말 완벽한 아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퇴근을 하고 가면 꼬리를 바짝 세우고 냐옹 소리 내며 달려 나오고, 보호자가 잠들기 전엔 꼭 올라와서 꾹꾹이를 한참 하고 가며, 손을 내밀면 번팅과 함께 얼굴을 비벼대고, 안아주거나 엉덩이를 톡톡 건드려주면 꼬리를 바짝 세우고, 보호자 곁에서는 항상 골골송을 부르고 있는 녀석입니다.

 

보호자로 하여금 이 녀석이 나를 좋아하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모든 표현을 하면서도 보호자가 조금 과하게 느끼거나 약간은 귀찮은 마음이 들 수도 있는 걸 아는지, 딱 그 정도 선까지만 적절한 시간 동안만 표현을 하고 또 아이들 곁으로 가서 지내는 아이입니다.

 

다른 낯선 사람들이 한 번씩 만져주거나 쓰다듬어 줄 때에도 당연히 싫어하며 도망가거나 하악질이나 기타 경계심이나 거부의 신호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건강검진차 병원을 가면 선생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은 이렇게 착하고 참을성 있는 녀석은 처음 보는 것 같다는 말이었을 정도로 순하고 어른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이상 징후

  • 체중 : 7.5kg에서 6.3kg으로 1.2kg가량 감소
  • 식욕 : 간식은 여전히 잘 먹었으나, 사료나 생식 등 주식 식욕 감소
  • 음수량 : 고양이 스스로 물을 먹는 빈도 감소
  • 탈수증상 : 뒷목, 등 살을 집어 올렸을 때 원상태로 돌아가는 시간이 다른 아이들보다 오래 걸림

첫째는 체중입니다. 폴이의 원래 체중은 7.5kg 정도입니다. 그리고 폴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의 시점은 6.3kg입니다. 평소보다 약 1.2kg 정도의 체중이 줄어들었을 때 병원에 내원한 것입니다. 체중이 줄어드는 느낌은 조금 더 일찍 받았지만 날이 더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계절 변화에 한 번씩 찾아오는 식욕저하 또는 체중저하겠거니 하며 크게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도 주기적으로 다른 아이들도 한 번씩 겪던 시기였고, 다들 무탈히 지나갔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체중이 좀 많이 줄어든다 싶다고 느낀 시점은 목뒤, 등, 골반과 꼬리가 이어지는 부분의 뼈가 만져질 때였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체중도 많이 나가고 덩치도 컸던 폴이 보다 그다음이었던 미르의 체중과 몸집이 역전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뭔가 이상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식욕입니다. 식욕도 체중과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항상 주는 만큼 생식을 주었을 때 평소보다 조금씩 남기는 날이 많았다는 것이고, 남기는 양이 많지 않아서 유심히 보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식욕이 조금 줄어드는 시기인 걸로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간식은 여전히 잘 먹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세 번째는 음수량입니다. 평소에 물을 잘 먹는데, 근래 들어 물 먹는 모습을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코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들면 좋아하는 습식에 물을 섞어서 따로 조금씩 주는 정도로만 케어했습니다. 그렇게 주었을 때에도 적당히 잘 먹었기 때문에 별다른 이상 증세를 체감하지는 못했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 최근은 목이나 등 살을 집어 들었다 놓았을 때 평소처럼 말랑한 느낌이 아니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원상태로 돌아가는데 1~2초 정도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을 파악하고는 이상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활동량에 있어서는 큰 체감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원래 격하게 움직이는 녀석이 아니었고, 침대나 캣타워, 소파, 선반 등 잘 올라가는 곳에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에 큰 이상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각각을 보았을 때에는 언제든 고양이에게 왔다가 지나갈 수 있는 증상이지만 세 가지 증상이 동시에 발현되는 것을 보고는 병원에 내원했고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배에 복수가 차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4. 치료 시작

  • 2023년 5월 1일 저녁 주사 치료 시작
  • 사용 약물 : 렘데시비르
  • 치료 예정 기간 : 12주
  • 주사 반응 : 무반응
  • 주사 후 반응 : 15분 후 활동성 회복, 스스로 물 많이 먹음, 주식 식욕 및 간식 변함없이 잘 먹음

진단받은 즉시, 치료는 자가 주사 치료로 결정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12주 치료 분량의 약물을 한 번에 바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진단 날짜부터 바로 주사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약물은 GS441524라는 약물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물로 보였지만, 폴이는 렘데시비르라는 약을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하루 투여 적정량을 앞으로 일주일정도는 아침저녁 두 번에 나누어 주사할 예정이고, 그 후 경과를 보고 하루에 한 번 주사할 예정입니다.

 

수액을 맞다가 정지하고, 약 2시간 후에 첫 주사를 맞았습니다. 고양이들이 매우 아파하고 몸부림치기 때문에 다치는 보호자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넥카라도 하고 담요로 몸을 감싸고 주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른스러운 신사 폴이 답게 몸부림을 치지도, 소리를 지르거나 할퀴고 깨물지도 않고 그저 제가 평소에 만져줄 때처럼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 약이 아픈 약이 아닌 걸까, 아니면 가짜나 잘못된 약인 걸까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맞아서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주사를 맞고 약 15분 정도 후 요 근래와는 분명히 비교될 정도로 다른 활동량으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스스로 물을 한참 먹고는 놀러 다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약효가 즉시 나온 것인지, 수액을 통해 수분과 영양이 조금 보충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활동성이 갑자기 반전된 모습을 보이니 조금은 걱정이 덜어졌습니다.


5. 치료 1일 차 결론

폴이의 치료 기간동안 치료 경과와, 약물, 복막염 관련 된 포스팅을 꾸준히 올려보겠습니다. 마음만으로는 아픈 아이를 보호 할 수 없고, 보호자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초음파를 보고 진단을 받는 시점에 보호자로써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을 빠르게 생각하지 못했다는게 참 부끄럽습니다.

폴이와-미르2
폴이와 미르

폴이의 복막염을 발견하면서 다른 아이들도 덜컥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이제 한 달에 두 녀석 정도씩 매달 정기검진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럼 한 녀석당 세 달에 한번 정도가 되겠네요. 아픈 폴이는 무조건 회복시킬것이고, 혹시나 다른 아이들도 아프면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미 발병된 후에 진단받는것은 다시 겪고 싶지는 않네요. 아이들에게 세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는 게 스트레스 일 순 있지만 그래도 이 부분은 아이들과 타협 없이 진행하고 모니터링하려고 합니다.

 

조용한 아이일수록 한번 사고를 치면 크게 친다는 속설처럼 고양이도 조용하고 어른스러운 아이일수록 더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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